Troye Sivan - Fools 기원(起源): 사물이 발생한 근원 오이카와는 다리를 바지에 꿰는 마른 등을 본다. 희끄무리한 빛 아래 둥글게 말린 척추뼈가 도드라진다. 양옆으로 몽글몽글 형태가 잡히기 시작한 어린 근육들. 방금까지 손바닥 아래 눌려있던 피부는 열기도 압흔도 없이 매끈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소년을 볼 때면, 그는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다....
오이카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행의 행선지가 일본에서 이탈리아로 바뀐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창가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그저 푸르고 맑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엔 연인이 걷고 뛰며 일상을 반복하는 도시에 도착해 있으리라. 그는 애써 들뜬 마음을 다독인다. 아르헨티나에서부터 이탈리아까지는 족히 한나절도 넘게 걸린다. 남자는 익숙한 동작으로 목베개와 안...
소년은 창을 등지고 서 있었다. 오이카와는 눈을 감았다. 소년의 들뜬 숨소리가 꽃가루처럼 그의 곁을 맴도는 듯했다. ‘오이카와 씨.’ 응, 듣고 있어. ‘오이카와 씨. 저, 할 말이 있어요.’ 눈을 뜬 오이카와는 쏟아진 빛살에 얼굴을 찌푸렸다. 매몰차게 굴면서도 여지를 잊지 않는 남자를 두고 카게야마는 변덕스럽다 했다. 지금도 화가 난 것처럼 보일까. 그렇...
단어: 호흡 문장: 네가 웃지 않은지 한참 되었다. 분위기: 새벽의 고독과도 같은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427004 오이카와는 눈을 떴다. 소년은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마네킹처럼, 태엽이 부서진 태엽 인형처럼, 시체처럼. 사체는 죽고 얼마가 지나면 딱딱하게 굳는다던데. 오이카와는 엉금엉금 네 발로 기...
벌어진 입에선 마른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굳어버린 남자를 부드럽게 밀어냈다. 두 팔이 맥없이 지면을 향해 떨어진다. 머릿속에서 심정지를 알리는 기계음이 날카롭게 울렸다. 해체된 열차처럼 그의 사고는 어느 방향으로도 나아가지 못한다. 단 한 가지만이 명확했다. 구름 위에서 지옥으로 처박힌 인간, 그것이 오이카와 토오루였다. 오이카와는 멀어지는 ...
매일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나갔다. 변호사가 지리한 유산 분할 과정에 힘쓰는 동안 오이카와는 일에 몰두했다. 차라리 바쁜 게 나았다. 신체를 혹사시켜야만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확고한 우위를 점한 이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이기도 했다. 그는 권력 지형의 고점에서 냉막한 눈으로 발밑을 내려다보는 이. 번잡스러운 이합집산도, 속 보이는 선망과...
오이카와는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올렸다. 방 안은 어두웠고, 커튼을 투과한 어슴푸레한 빛이 바닥에 물안개처럼 깔려 있었다. 이 시간은 생명의 소관이 아니다. 그는 반쯤 각성한 상태에서, 또 반쯤은 무의식에 잠기어 미망 속을 헤맨다. 가늘게 솟은 소년의 형체가, 그 파리한 은빛 윤곽이 남자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그는 힘없이 자맥질하며 호수의 가장 어둔 곳까...
회의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석자들은 제 밑천을 드러내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생각한다. 이것은 전투도 못 되는 개싸움이다. 병법 발생 이전 조악한 돌팔매질의 재현 같은 것이다. 오가는 고성 속에서 오이카와는 신경질적으로 팔걸이를 두드렸다. 카게야마의 손에 단단히 깍지를 낀 사내의 손가락, 약지에 끼운 약혼 반지가 조...
출국장을 빠져나오는 청년의 모습은 과하게 그럴싸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 번씩 머문다. 맞춤 정장과 고가의 시계. 그는 그와 결코 어울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들과 함께 돌아왔다. "보고 싶었습니다." 카게야마가 건넨 첫 마디였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타지로 떠났던 소년은 성인이 되어 이 척박한 땅에 귀환했다. 어린 태를 벗은 얼굴에 서늘한 기운이...
남자는 자신을 피터 팬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원래 욕심 많고 솔직하잖아? 말 자체는 맞을지언정 적합한 설명은 아니었다. 카게야마가 바닥에 누운 채 빠득 이를 갈았다. “아, 하지만 피터 팬은 너무 흔하니까, 음…… 토오루-팬?” 머리 위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퍽도 재밌겠다. 카게야마는 본래부터 농담따먹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직전까지 죽을 둥 살 ...
키타이치 배구부 합숙 마지막 날, 오이카와 토오루는 일생일대의 난관에 봉착했다. 단언컨대 인터하이를 앞두고도, 시라토리자와와의 경기를 목전에 두고 있었을 때에도 이렇게 긴장한 적은 없었다. 오이카와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이카와 씨 손 잘 잡고 있어?” “네.” “진짜로, 안 떨어지게, 찰거머리처럼, 꽉 잡고 있는 거 맞지?” 비 오는 날이면 실수로라...
아이의 애정은 직선적이다. 가장 아끼는 장난감을 내어주고 간식 접시를 밀어주는 행동엔 곡해의 여지가 없었다. 새침을 떨어봤자 빤히 보이는 열두 살. 어른들은 아이들 뒤에서 몰래 웃음 짓곤 했다. 모두가 두 사람이 좋은 형제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직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 작은 오이카와, 갓 풋사랑을 깨친 그 소년만이. 제 부모가 카게야마를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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