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워서 헤롱헤롱하는 키타이치 오이카게 끔찍하게 뜨거운 날씨였다. 뉴스에선 매일 같이 최고기온을 갱신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창밖을 본다. 대낮의 작열하는 태양에 눈살을 찌푸렸다. 자그마치 35도, 지글지글 타오르는 아스팔트 위를 걷기 위해 건물을 나서는 건 자살 행위처럼 느껴졌다. 설사 그곳이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는 공간이라도. 어쩌면 인간은 이 세상...
1. 나는 초면부터 그 녀석이 싫었다. 이제는 성인이 된 오이카와 토오루는 생각했다. 여전한 까마귀색 교복을 입고 저녁놀에 물들어 내리막길을 걸어내려오는 후배를 보며. 어쩌면 그것은 자기보호본능의 발현이 아니었을까, 하고. 오이카와 토오루는 더 이상 흰 교복 재킷을 입지 않는다. 갑갑한 타이는 벗어던진 지 오래다. 잘생긴 얼굴에 어울리는 세련된 운동복을 걸...
* 리퀘 오이카게 로코로 받았습니다!(국대 AU) 카게야마는 배구공을 쥔 채 오른편을 힐끔거린다. 오이카와가 서브를 준비하고 있었다. 눈에 익은 일련의 과정. 남자의 커다란 손 안에서 공이 휘리릭 돈다. 이제 곧 서브토스를……. “토비오 쨩, 잘생긴 오이카와 씨 닳거든?”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카게야마가 입술을 삐죽 내민다. “그럼 가르쳐주십시오.” “오이카...
남자는 칼을 갈무리했다. 그는 나부끼지 않는 재 같은 남자였다. 흐린 그림자 같았고 반석 같았다. 동요를 모르는 지침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고요하고도 견고하다. 청년은 평생을 그런 사내의 무사였다. “왜 칼을 뽑으셨습니까.” 청년, 카게야마 토비오는 그렇게 물었다. 숨이 끊어진 지 오래인 자객의 시신엔 시선조차 주지 않고. 그 밤엔 달이 밝았다. ...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반투명한 창에 빛은 거의 들지 않고 방안은 마치 안개에 잠긴 듯하다. 그 정적인 은닉이 그로 하여금 세상이 구름 아래에 있음을 가늠케 했다. 오이카와는 옆에 누운 이의 어깨 위로 얇은 홑이불을 끌어올렸다. 습도 탓에, 또 한참을 뒹구느라 에어컨을 틀어놓은 탓에 어깨에 닿는 공기는 퍽 싸늘했다. 혹여나 감기에 걸릴까 그는 잠든...
해가 넘어간 게 무색하게도 여전히 푹푹 찌는 날씨였다. 오이카와는 부러 걸음을 재촉했다. 뒤쪽에서 반쯤 뛰는 발소리가 그를 쫓아온다. 소년의 앞을 걸을 때면 그의 말씨는 유독 짓궂어지곤 했다. 꼭 지금처럼. “토비오 쨩, 오이카와 씨는 다리가 기일어서 토비오 쨩이랑 같이 가는 건 무리니까 천천히 올래?” “괜……찮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도 바득바득 ...
7월 7일 카게른 배포전 을4a에서 신간을 내게 되었습니다! 1. 펜로즈의 계단- 커플링: 오이카게미야, 미야카게오이- 부상소재, 연령조작 있습니다- 샘플: 포스타입에 5편(분량으로 절반)까지 수정본이 공개되어 있습니다(추가 수정될 가능성 높습니다 ^v^)99)- 신국판, 170p, 17,000원, 무선 제본 (날개)2. 7월 꽃다발- 재록본으로 웹에 공개...
한 소년이 있었다. 빛처럼 곧은 시선, 푸른 눈. 길고 혹독한 나날을 거치고야 오이카와는 인정할 수 있었다. 소년의 시선 끝에 그가 있었듯, 제 인지의 끝자락엔 언제나 소년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고로 소년은 남자의 짧은 일생에 걸친 가장 익숙한 미지다. 얼어붙은 불과 조우한 탐험가처럼, 그는 규명해낼 수 없는 것 앞에서 맥없는 감탄사를 흘렸다. 인간이, 누...
미야 아츠무는 영리하다. 그의 뛰어난 관찰력과 판단력은 비단 배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침대에 누워 그는 카게야마와의 대화를 떠올린다. 남자는 솔직했고 그의 ‘응’과 ‘아니’는 명료한 만큼 적확했다. 고로 애인이 없다는 그 말은 사실이겠지만, 달갑잖게도, 미야는 그 짤막한 부인 속에서 카게야마 본인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감정을 찰지해낸다. 왜냐면, 난 ...
카게야마는 여전히 새벽마다 로드워크를 나간다. 습관의 무의미함을 깨닫는 순간은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다 닳은 운동화의 밑창을 볼 때, 청년의 눈은 지나간 연애의 흔적을 발견한 사람의 그것처럼 일그러졌다. 새 것을 채워 넣는 순간이 가장 혹독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 불민한 관성을 중단하지 못한다. 돌아와 샤워를 하고 담배를 태우는 얼굴엔 일말의 해소도 존재하...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